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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읽기 - 신영복 교수

김중훈 2010. 12. 23. 14:47

 

시적 관점은 우선 대상을 여러 시각에서 바라보게 합니다. 동서남북의 각각 다른 지점에서 바라보게 하고 춘하추동의 각각 다른 시간에서 그것을 바라보게 합니다. 결코 즉물적이지 않습니다. 시적 관점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이러한 자유로운 관점은 사물과 사물의 연관성을 깨닫게 해줍니다. 한마디로 시적 관점은 사물이 맺고 있는 광범한 관계망을 드러냅니다. 우리의 시야를 열어주는 것이지요. 이것이 바로 우리가 시를 읽고 시적 관점을 가지려고 노력해야 하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안도현의 <너에게 묻는다>란 시가 있습니다. 이 시에서 우리는 시인의 연탄이란 하나의 대상을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는가를 깨닫게 됩니다. 여러분은 연탄을 어떤 시각에서 바라봅니까? 안도현의 시는 이러한 내용입니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정호승의 시에 <종이학>이 있습니다.

 

 종이학이 날아간다

 지리산으로 날아간다

 

 비가 오면 종이는 슬쩍

 남겨두고 날아간다

 

 봄비 그친 뒤

 지리산으로 가보라

 

 지리산 능선 위에

 학이 앉아 웃고 있다

 

비에 젖은 종이는 내려놓고 학만 날아간다는 이야기를 쓰고 있습니다. 유연하고 자유로운 사고를 길어야 하는 것이지요. 여러분도 아마 시간이 많이 들기 때문에 소설 읽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 많은 글들을 읽고 나서 생각하면 핵심적인 요지는 시 한 편과 맞먹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시는 읽는 시간도 적게 들고 시집은 값도 비싸지 않습니다. 시를 많이 읽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