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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離騷) 중 어부와의 대화 부분 (굴원, 『초사』)

김중훈 2010. 12. 24. 14:32

 

굴원기방 유어강담 행음택반 안색초췌 형용고고

(屈原旣放 游於江潭 行吟澤畔 顔色憔悴 形容枯槁)

~ 굴원이 추방을 당해 강둑에 나와 이리저리 거닐며 시를 읊조리니 얼굴 빛은 초췌하고 몰골은 수척하다

 

어부견이문지왈 자비삼려대부여 하고지어사

(漁父見而問之曰 子非三閭大夫歟 何故至於斯)

~ 어부가 보고 묻기를 당신은 삼려대부가 아닌가 어떤 연유로 여기까지 이르렀는가

 

굴원왈 거세개탁 아독청 중인개취 아독성 시이견방

(屈原曰 擧世皆濁 我獨淸 衆人皆醉 我獨醒 是以見放)

 ~ 굴원이 대답하기를 온 세상이 모두 부패했는데 나만이 깨끗하고, 모든 사람들이 취했는데 나만이 맑은 정신이라 추방당했소.

 

어부왈 성인불응체어물 이능여세추이

(漁父曰 聖人不凝滯於物 而能與世推移)

~ 어부가 말하기를 성인은 사물에 얽매이지 않고 세사의 변화와 추이에 능히 어울린다

 

세인개탁 하불굴기니 이양기파 중인개취 하불포기조 이철기리 하고심사고거 자견방

(世人皆濁 何不淈其泥 而揚其波 衆人皆醉 何不餔其糟 而醊其釃 何故深思高擧 自見放)

~ 온 세상이 부패했으면 어찌 그 진흙에 함께 어울려 풍파를 일으키지 않으며, 모든 사람이 취했으면 어찌 술지게미 배불리 먹고

나쁜 술이나마 실컷 마시지 않고 깊은 생각과 고결한 행동으로 스스로 쫒겨나는가.

 

굴원왈 오문지 신목자필탄관 신욕자필진의

(屈原曰 吾聞之 新沐者必彈冠 新浴者必振衣)

~ 굴원이 대답하기를 내 듣기로 머리를 감은 사람은 반드시 갓의 먼지를 떤 다음 갓을 쓰는 법이며,

몸을 씻은 사람은 옷의 먼지를 떤 다음 옷을 입는 법이라.

 

안능이신지찰찰 수 물지문문자호 녕부상류 장어강어지복중

(安能以身之察察 受 物之汶汶者乎 寧赴湘流 葬於江魚之腹中)

~ 그러니 어찌 이 깨끗한 몸으로 저 더러움을 받을 수 있으리오. 차라리 상강 물에 빠져 물고기 뱃속에 장사지낼지언정

 

안능이호호지백 이몽세속지진애호

(安能以皓皓之白 而蒙世俗之塵埃乎)

~ 어찌 이 희고 깨끗한 내 몸으로 세속의 먼지를 뒤집어 쓴단 말인가.

 

어부완이이소 고설이거 내가왈

(漁父莞爾而笑 鼓枻而去 乃歌曰)

~ 어부는 빙그레 웃고 노를 두드리며 노래하길

 

창랑지수청혜 가이탁오영 창랑지수탁혜 가이탁오족 수거불부여언

(滄浪之水淸兮 可以濯吾纓 滄浪之水濁兮 可以濯吾足 遂去不復與言)

~ 창랑의 물이 맑으면 갓끈을 씻고, 창랑의 물이 흐리면 발을 씻으리. 마침내 떠나선 다시 말이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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