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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다. -최인호-

그 많은 직업 중에서 나는 특히 두 가지 직업을 가진 사람을 더 존경한다. 그 하나는 아이들을 교육시키는 선생님이고, 또 하나는 종교의 사제직을 맡고 있는 성직자들이다. 교직자들 중에서도 우열이 있어서는 안되겠지만 나는 대학 교수들보다 고등학교 선생님들을, 고등학교 선생님들보다는 초등학교 선생님들을 더 존경하고 있다. 왜냐하면 초등학교 선생님들은, 사람을 씨앗에 비교한다면, 인간의 대지 속에밭을 갈아 씨앗을 뿌리고 파종하는 가장 원초적인 작업을 하는 농부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대학교 교수들이 학생들에게 인성을 가르쳐주느니보다는 다 큰 나무에 비료를 주듯, 지식을 보다 풍부하게 해주는 정원사라면 초등학교 선생님들은 대지 속에서 돌을 고르고, 밭을 갈고 잡초를 뽑아내듯 아직 발아되지 않은 인간에게 인성을 ..

books 2021.01.04

겨울 나그네 - 최인호

그때 그 사람은 어디에 있는가. 그때 그 젊고 아름답던 청년은 어디에 갔는가? 그 청년의 흔적을 이 무덤 속에서 찾을 것인가. 아니다. 그것은 잠시 하늘에 떠가는 구름이 한순간 저희들끼리 어우려져 만들었던 하나의 형상에 불과한 것이다.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지를 읽고 구름꽃 피는 언덕에서 피리를 불던 기억은 시든 풀잎을 스쳐가는 무심한 바람에 불과한 것. 아아. 나는 얼마나 그 사람을 사랑했던가. 아득히 먼 옛 기억 속에서 나는 그 사람만을 사랑하고, 그 사람만을 생각하고, 그 사람만을 기도했다.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기도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생각난다. 그 언젠가, 그 사람을 찾아서 설악산의 계곡으로 홀로 가던 옛 추억이. 그날 밤 물가에서 입맞추던 그 첫 키스의 날카로운 기쁨이..

books 2020.1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