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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드라의 그물(인드라망)과 이목상마(二木相摩)

김중훈 2011. 1. 23. 11:09

불교 철학의 관계론을 가장 잘 나타내는 상징적 이미지는 인드라의 그물입니다. 帝釋天의 그물망(Indra's Net)에 있는 구슬의 이야기입니다. 제석천의 궁전에 걸려 있는 그물에는 그물코마다 한 개의 보석이 있습니다. 그 보석에는 다른 그물코에 붙어 있는 모든 보석이 비치고 있습니다. 모든 보석이 비치고 있는 이들 모든 영상에는 그것을 받아들이는 자신의 영상도 담겨 있습니다. 그것이 또다시 다른 보석에 비치고, 당연히 그 속에는 자신의 모습도 비치고 있습니다. 이것이 세계의 참된 모습이라는 것이지요.

 

 더욱 중요한 것은 이러한 세계의 구조를 변화의 과정으로 보는 것입니다. 緣起란 바로 그러한 것입니다. 공간적이고 정태적인 개념이 아니라 시간적이고 동태적인 개념입니다. 그래서 연기를 相生의 개념이라고 합니다. 緣하여 일어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緣起를 보는 것이 바로 法을 보는 것이라고 합니다. 나무 두 개를 마찰하면 煙氣가 일어납니다. 이 경우 연기는 나무에 의존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무가 사라지면 연기도 사라집니다. 연기는 나무와 상의상존하는 것이며 그런 의미에서 인연으로 생겨난 것입니다. 실체론적 조재가 아니며 관계론적 생성입니다. 이것이 유명한 이목상마(二木相摩)의 비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