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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여자 - 기욤 뮈소

김중훈 2014. 12. 25. 09:05

 

p27 한 여자가 인생 낙오자를 만나 멀쩡한 사람으로 만들겠다고 결심하면 성공 가능성이 없지 않다.

한 여자가 멀쩡한 남자를 만나 인생 낙오자로 만들겠다고 결심하면 무조건 성공한다. - 체사레 파베제

 

p59 지옥은 실제로 존재한다. 그리고 지옥이 온전히 천국의 파편들로 이루어진 것이기에 그토록 끔찍하다는 사실을 나는 이제 깨닫는다. - 알렉 꼬뱅

 

p83 세상이 당신에게 선물로 주지 않는다, 내가 장담한다.

삶을 원한다면, 도둑질하라. - 루 안드레아 살로메

 

p176 지옥은 고독이란 단어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 빅토르 위고

 

p217 빌리는 햇살이 가득한 테라스 앞쪽으로 걸어갔다. 태평양과 코르테스 해가 만나는 바하 반도 최남단의 풍경이 발 아래에 마법처럼 펼쳐져 있었다. 그녀는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눈에는 반짝이는 보석을 품은 채 난간에 기대어 섰다. 백여 채 정도 되는 아담한 집들이 산을 병풍 삼아 옹기종기 늘어서 있었고, 그 앞쪽으로는 사파이어 빛깔의 바다에 몸을 담근 백사장이 길게 펼쳐져 있었다. '천국으로 통하는 문'이라는 뜻의 '라 푸에르타 델 파라이소'라는 호텔의 이름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풍경이었다.

 

p225 우리가 누리는 자유는 다른 사람이 우리의 삶에 대해 모르는 것을 기반으로 한다.  - 솔제니친

 

p236 그녀는 다른 남자의 여자처럼 아름다웠다. - 폴 모랑

 

p259 오로르가 눈을 허공으로 향한 채 자신의 생각을 보다 구체적으로 피력했다. "인연이 생겼다 사라졌다 하는 게 바로 우리 인생이야. 하루아침에 이별을 통보하고, 또 통보 받기도 하지. 우리는 간혹 헤어지는 이유도 모른 채 헤어지기도 해. 다모클레스의 칼이 언제 내 머리 위로 떨어질지 모르는데 내 모든 걸 상대에게 걸 수는 없어. 나는 내 변화무쌍한 감정들을 믿고 내 인생을 설계하고 싶지 않아. 감정은 바람 앞의 촛불처럼 불확실한 것이니까. 당신은 감정이란 믿을만하다고 생각하지? 하지만 방금 옆을 지나치는 여자의 치맛자락에, 그녀의 매혹적인 미소 한 번에 당장 흔들릴 수 있는 게 바로 인간의 감정이야. 내가 음악을 하는 건 왠지 알아? 음악이 내 인생을 버리지 않을 걸 알기 때문이야. 책도 영원히 그 자리에 있으니까, 나는 책을 사랑하지. 평생 사랑하는 사람들, 난 그런 사람들을 본 적이 없어."

"당신이 자아도취적인 예술가들과 유명인들 속에서 사니까 그래. 덧없는 관계들이 순간적으로 맺어졌다 사라지는 틈바구니에서."

오로르가 생각에 잠긴 채 테라스로 천천히 자리를 옮기더니 와인 잔을 난간에 올려놓았다.

"우리 관계는 연애 초기의 황홀감에서 한 발짝도 더 이상 나아가지 못했어. 관계를 흔들리지 않게 지탱해 나갈 지구력도 없었지."

나는 오로르의 의견에 동의할 수 없었다.

"지구력이 없었던 사람은 바로 당신이야. 우리 사랑이 실패한 책임은 전적으로 당신한테 있어."

다시 한 번 번갯불이 번쩍 하늘을 가르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비바람이 물러갔다.

"내가 원한 건 당신과 인생을 함께 하는 것이었어. 결국 사랑이란 바로 이런 게 아닐까. 서로의 차이점을 자양분 삼아 두 사람이 함께 삶을 일구어 가는 것."

날이 서서히 개면서 먹구름을 뚫고 손바닥만한 파란 하늘이 고개를 내밀었다.

 

p319 밤에 나는 추위를 느껴 잠에서 깼다. 그리고 그에게 담요를 한 장 더 덮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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