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길 양 옆으로 떡갈나무들이 서 있었다. 나무마다 다른 나무의 그림자로부터 멀찌감치 떨어져서 자라고 있었다. 나무들 아래의 들판은 특별히 양들의 식욕을 돋우는 곳인지, 양들이 바짝 뜯어먹어 완벽한 잔디를 이루고 있었다. 떡갈나무들은 고상한 자태를보여주었다. 버드나무들이 흔히 그러는 것처럼 땅에 질질 끌지도 않았으며, 가까이서 보면 한밤중에 잠이 깨어 머리도 빗지 못한 것처럼 보이는 포플러들처럼 잎들이 부스스해 보이지도 않았다. 떡갈나무들은 낮은 가지들을 몸 쪽으로 바짝 모으고, 위쪽 가지들은 질서정연하게 작은 계단을 만들어 위로 올려보내고 있었다. 그 결과 풍성한 녹색 잎들은 어린아이가 그린 원형적인 나무처럼 거의 완벽한 원을 그리고 있었다.
워즈워스는 떡갈나무 아래에 앉아 빗소리를 듣거나, 허공에 금이 가듯 잎들 사이로 햇살이 비쳐드는 모습을 지켜보기를 좋아했다. 그가 보기에 나무의 인내와 위엄은 덧없는 존재들 앞에 내보일 자연의 귀중한 특징이었다.
현재있는 것들, 그리고 지나버린 것들이
추는 빠른 춤에 취해버린 마음 앞에
영속하는 것들의 단정한 것들을 내보여라.
<여행의 기술> 드 보통. p1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