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s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ㅣ 백석

김중훈 2016. 2. 14. 17:14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ㅣ 백석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 밤은 푹푹 눈이 내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를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사랑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에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날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 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 것이다

'books'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야곱의 외출 - 심상대  (0) 2016.04.13
묵호를 아는가  (0) 2016.03.25
여덟 단어 - 박웅현(2015.2.13~2015.2.21)  (0) 2015.05.23
가난한 사랑 노래 - 신경림  (0) 2015.02.28
가을 사과 - 이철수  (0) 2015.0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