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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는 - 조은

김중훈 2015. 2. 22. 13:54

언젠가는 | 조은

 

내 삶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깨닫는 순간이 올 것이다

 

그땐 내가 지금

이 자리에 있었다는 기억때문에

슬퍼질 것이다

 

수많은 시간을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며

꽃들이 햇살을 어떻게 받는지

꽃들이 어둠을 어떻게 익히는지

외면한 채 한 곳을 바라보며

고작 버스나 기다렸다는 기억에

목이 멜 것이다

 

때론 화를 내며 때론 화도 내지 못하며

무엇인가를 한없이 기다렸던 기억때문에

목이 멜 것이다

 

내가 정말 기다린 것들은

너무 늦게 오거나 아예 오지 않아

그 존재마저 잊히는 순간들이 많았음을

깨닫는 순간이 올 것이다

 

기다리는 것이 왔을 때는

상한 마음을 곱씹느라

몇 번이나 그냥 보내면서

삶이 웅덩이 물처럼 말라버렸다는 기억때문에

언젠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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